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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본 것들

후지필름 x100v 구입, 또 후지필름을 구매하게 된 이유

by 아임혜니 202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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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x100v
후지필름 x100v

 

후지필름 x100v를 드디어 영입했다. 늘 그렇듯 고가의 장비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 고민했고, 사야 하는 이유와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따져봤다. 그리고 결국 없는 매물을 뚫고 뚫어 x100v를 구매했다.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었다. 

 

1. 왜 똑딱이 카메라를 구입했는가.
2. 왜 후지필름인가 - 후지필름 브랜드 그 자체에 관하여
3. 왜 X100v인가

 

1. 왜 똑딱이 카메라인가?

스마트폰 사진이 많이 좋아졌다. 카메라가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좋아졌다. 동시에 이제 거추장스럽게 DSLR을 들고다니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 누군가 DSLR을 들고 있다면, 이제는 고급진 취미라기보다는 불편하고 구닥다리 같은 취미로 보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실질적으로는 '카메라'라는 기기가 존재할 입지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똑딱이 카메라가 살아남는다. 가볍지만 스마트폰이 따라오지 못하는 사진의 품질을 만들어낸다. 조금 더 감성 있고, 조금 더 좋은 화질, 조금 더 매력적인 사진들이 만들어진다. 또한 사진은 그 결과물뿐 아니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 카메라를 들고, 보고, 셔터를 누르는 일련의 과정들로부터 느끼는 만족과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있어야겠고, 크기는 작아야겠기에 똑딱이 카메라를 구매하게 된다. 

 

물론 우리는 캐논 EOSR과 여러 렌즈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이트한 유저는 아니다. 스마트폰 사진의 한계를 알고, 또 무겁고 큰 부피를 차지하지만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사진으로부터 느끼는 만족감을 알기 때문에 카메라는 우리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다만 매번 그 큰 카메라를 바리바리 챙겨들고 나가기에는 귀찮음이 존재하기에 서브카메라를 찾아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서브카메라로 똑딱이 카메라를 구매하게 된 것이다. 

 

서브카메라라고 꼭 똑딱이 카메라만 있는 건 아니다. 올림푸스 OM-D 시리즈 같은 경우도 마이크로포서드가 가지는 가벼움과 작음의 유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작은 풀프레임인 시그마 FP 같은 경우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이 두 가지만 해도 렌즈교환이 가능하고, 그럼에도 가볍고 뛰어난 성능을 가진 카메라들이다. 

 

그러나 나는 렌즈교환을 하지 않는, 렌즈고정형 똑딱이를 굳이 구매했다. 서브카메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서브를 서브로만 사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웬만한 일상은 편하게 담아낼 수 있으면서도, 여행이나 특별한 때에는 메인바디를 꺼낼 필요성을 주는 빈틈이 있는 바디를 원했다. 

 

그리고 렌즈교환식은 아무리 작아도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고, 렌즈를 추가구매하는 등 돈을 잡아먹게 된다. 이 점을 잘 고민하고, 내가 만약 일상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사진생활을 시작해보고 싶다면 렌즈교환식을, 더 많은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사진을 찍고 싶다면 똑딱이를 구매하면 좋을 것 같다. 

 

2. 왜 후지필름인가?

후지필름. 정말 마성의 브랜드다. 사실 카메라라는 기계 자체만 보면 후지필름이 가지는 매력이 그닥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필름카메라 같고 RF형태의 카메라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 디자인으로서는 정말 매력적이지만, 그 기능에 그 가격을 받는다는 건 너무나 많은 대체재들을 발견하게 한다는 것이다. 

 

후지필름은 싸지 않다. 크롭바디인데 풀프레임 보급형과 가격대가 비슷하다. 항상 후지필름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문제다. 예전에 x-pro2를 구매할 때는 그 가격이 니콘 D750과 비슷했다. 크롭바디가 풀프레임과 가격이 같다면 풀프레임을 선택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센서의 크기가 화질과 품질의 차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X100v 가격이면 시그마 fp에 45mm 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똑딱이 크롭이 풀프레임 렌즈교환식이랑 가격이 같은 것이다. 

 

그러면 그 가격대를 감수하고 살 만큼 후지필름 카메라의 기계적 성능이 뛰어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평범하다. 고급기에는 다른 브랜드들이 그러하듯 1/8,000 셔터스피드를 제공하고, 크롭이기 때문에 고감도에서 불리하며, 렌즈들의 조리개가 엄청 밝지도 않다. 흔히 구매하게 되는 렌즈들이 조리개 최대개방이 2다. 손떨방이 뛰어나냐 하면 없는 기기가 더 많다. 크롭인데, 기계 자체의 뛰어남과 구별됨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후지필름을 구매할까? 카메라도 중요하지만,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사진의 결과물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후지필름은 회사 이름대로 필름을 만들던 회사다. 필름카메라 시절부터 필름을 만들었다는 것은, 하나의 이미지를 현상해내는 데에 색을 구현하는 엄청난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진은 빛과 색의 조절이다. 카메라에 비친 이 세상을 어떤 정도의 밝기로, 어떤 색으로 담을까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후지필름은 감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요즘 소니센서가 그렇게 모든 회사들에게 통용되고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색과 결과물에서 후지필름은 독보적이다. 

 

이 지점에서 분명하게 짚고 싶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와 사진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진이 취미야"라고 하지만 대부분이 장비병에 빠져 있다. 장비, 중요하다. 좋은 장비, 나도 좋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있다. 구매할 때부터 "중고가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감가가 크지 않을까요?", "다음 세대 카메라가 나오지 않을까요?", "브랜드 인식이 어느 정도인가요?" 묻는 사람들. 이미 다른 카메라로 넘어갈 준비부터 하고 있다. 그 카메라로 어떤 사진을 찍을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에 대한 관심보다 다른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런 부류는 사진이 취미가 아니라 카메라가 취미다. 

 

그리고 카메라가 취미라면 후지필름은 선택하지 않는 게 낫다. 중고거래가 그리 활발하지도 않고, 매물도 없다. 그러나 사진이 취미라면, 후지필름은 한 번쯤 발을 넣어보아야만 하는 브랜드다. 

 

3. 왜 x100v인가?

똑딱이 카메라의 양대산맥이 있다. 리코 GR과 후지필름 x100시리즈. 리코는 리코대로 색감이 특이하고 매력적이고, 후지필름도 후지필름대로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먼저 리코 gr은 그 어떤 카메라보다 가볍고, 작고, 콤팩트하다. "스냅머신"이라는 표현이 유일하게 어울리는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고, 스냅모드로 툭툭 찍어낼 수 있다. 

 

그에 비하면 x100v는 부피가 크다. 작다고 생각하고 일상기록용으로 산다고 하지만, 막상 구매하면 그 크기가 꽤 커서 당혹스러울 거다. 주머니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가방에 넣으려면 파우치를 따로 챙겨야 한다. 즉 휴대 자체는 상대적으로 불편하다는 거다. 

 

그럼에도 x100v를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색감, 사진: 상술한 바와 같이 후지필름이 만들어내는 사진을 찍어낼 수 있다. 후지필름의 필름 시물레이션은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사진 하나만으로도 일단 후지필름을 선택할 이유가 있다. 

  • 카메라 디자인: 예쁘다. 카메라 자체가 예쁘다. 그러나 단순히 예쁘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디자인'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x100v는 광학식 뷰파인더가 있다. RF카메라의 형태를 보여주며, 광학식 뷰파인더를 활용할 수 있다. 전자식 뷰파인더가 눈에 굉장히 안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시력 악화에 매우 좋지 않으며, 특히 뷰파인더는 습관적으로 한쪽 눈으로만 보기에 시력 불균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질적이다. 내가 보는 그대로를 보기보다,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피사체를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전자식 뷰파인더를 매우 싫어하는데, 요즘 광학식 뷰파인더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럼에도 후지필름은 x-pro라인과 x100라인에서 꾸준히 광학식 뷰파인더를 넣어주고 있다. 내 돈 내고 구매한 것이지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할 따름이다. 

 

뭐 몇 가지 이유들을 더 나열할 수도 있을 거다. 환산 35mm의 매우 좋은 후지논 렌즈가 박혀 있다는 것, 조건적으로나마 방진방습 기능이 제공된다는 것 등. 그러나 굳이 상술하지 않는 건, 위 두 이유만으로도 x100v는 구매할 이유가 충분하기 떄문이다. 장담하건대, 소니 카메라에서 절대 느끼지 못한 사진이 나온다. 캐논이 완전히 따라하기 힘든 색감이 나온다. 어떤 브랜드보다 온전한 화이트밸런스를 잡고, 어떤 보정을 거쳐도 만들어지지 않는 색감을 보게 된다. 

 

때문에 꼭 x100v가 아니더라도 후지필름을 꼭 한 번은 사용해보시길, 모든 취미사진가들에게 강력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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