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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본 것들

나의아저씨 대본집을 선물받아 남기는 후기

by 아임혜니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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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아저씨 대본집
나의아저씨 대본집

인생드라마 나의아저씨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라는 제목을 달 수 있는 드라마가 얼마나 있을까? 많은 드라마가 있지만, 그 중 거의 90%는 망하고, 10% 중에서도 까다로운 기준들(감성, 연출, 연기 등)을 충족시킨 몇 몇 작품에만 "인생드라마"라는 표지가 붙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부부에게 손꼽히는 인생드라가 몇 편 있다. 미스터선샤인은 그 연기가 너무 탁월하고, 그 연기가 담아내는 작품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인생드라마였다. 또 응답하라 1988은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드라마이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의 절절함이 오래 기억되기 때문에 인생드라마로 꼽는다. 그리고 나의아저씨가 있다.

 

1-3화 정도까지는 약간의 음울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남편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앞 부분에서 보이는 음침한 분위기, 기운빠지는 분위기 때문에 정주행을 포기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 남편 혼자 후반부까지 정주행하면서 오열하기도 했다. 한없이 어렵고 힘든 지안이의 삶과, 어쩌다 만난 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인해 정상화되어가는 과정 자체에 감동이 있다. 특히 이유 없이, 자신의 삶의 처절한 모습을 다 보고 있는 한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들을 쏟아붓는 호의를 베푸는 한 아저씨의 삶을 보면서, 그리고 그 삶이 처절했던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나기도 한다. 

 

여담으로 본래 우리 부부는 정주행을 함께 하기 시작했는데, 중간부터 남편이 정주행을 먼저 하게 되었는데, 중간부터 남편은 매 화마다 울었다고 한다. 울리려고 하지 않는데 눈물이 난다. 세상풍파를 맞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을 잘 건들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드라마이다. 

 

추운 계절, 왠지 나의아저씨가 보고 싶은 그런 시기가 있는데, 그때 다시 나의아저씨를 정주행한다. 지금까지 두 번 정주행했던 것 같다. 술을 안 마시는데도 이상하게 나의아저씨를 볼 때면 술을 마시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드라마다. 인생을 배우고, 또한 누군가를 도와주어야 할 소명이 충만해지기도 한다. 정말이지,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내 옆에 있을 지안이를 찾아보게 되고, 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점검해보게 된다. 그래서 나의아저씨는 나라는 한 사람을 성숙하게 하는 드라마이고, 그래서 인생드라마라고 꼽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덕질의 시작, 대본집

덕질과 거리가 멀지만, 나의아저씨 대본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건 사야 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애당초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떤 대본집으로부터 이런 드라마가 나왔을까 궁금했기도 했다. 이런 드라마 한 편 써보는 게 뜬구름 같은 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대가 좀 있다. 받고 나서야 알았지만 굉장히 좋은 종이에 두껍게 제본이 돼 있고, 그 안에는 넉넉한 자간과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막상 5만 원 정도 지불하려고 하니 생활인으로서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책을 구매할 때 그리 망설이는 편이 아닌데도 5만 원이 넘는 비용은 살짝 망설이게 했다. 

 

그런데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덜컥 대본집을 선물해줬다. 자기도 나의아저씨 팬이면서 정작 자신은 구매하지 않고 남편에게 선물해준 것이다. 이런 베프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성공한 삶 아닐까?

 

대본집을 받아본 사람들은 다 느낄 것인데, 정말 꽤나 고급스러운 구성으로 제작돼 있다. 책 내용은 저작권이 있으니 따로 올릴 수는 없지만, 드라마의 장면들을 그림으로 그려넣은 페이지도 있고, 정말 마음을 울렸던 대사들이 있는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이 대본을 통해서 그런 드라마가 나왔다고 생각하니, 대본집 자체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게 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비닐 개봉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책은 책으로서 읽혀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신학, 연기 전공 서적들이 책꽂이에 걸려 있지만, 정작 읽지 않은 두꺼운 책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날은 따듯해지만, 괜히 지안이 떠오르는 그런 날에는 한 번 펴서 정독해보려고 한다. 

 

영상과 다른, 책이 주는 매력

책이 주는 매력이 있다. 하나는 언제든 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고, 다른 하나는 상상력을 건들여준다는 것이다. 대본집을 먼저 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이 글을 읽고 내가 상상한 지안이는 어떤 아이였을까, 내가 상상한 아저씨는 어떤 아저씨였을까 고민해본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만들어진 지안이와 아저씨를 보았던 것이니까 말이다. 이미 머리에 박힌 이미지를 지워내기는 어렵겠지만, 이 대본집을 통해 나만의 장면들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유익이다. 개인적으로 언제인가 이런 드라마 한 편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에, 이 대본집 선물이 나로 하여금 어떤 글을 쓰게 할지 스스로에게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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