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글로, 누군가는 사진으로, 누군가는 영상으로 기억한다. 우리 부부는 이 방법들을 다 활용하고 있다. 남편은 개인적인 블로그 일기를 쓰고 있고 사진을 열심히 남겨 편집을 하며 나는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여행 때 여러 소품샵을 돌아다니며 엽서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 사진으로 엽서를 만들까?'하는 생각 말이다.
남편이 찍은 사진을 자주 인화해서 집에 걸어두곤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들은 핸드폰에서, 혹은 SNS나 인터넷에서 기록되기만 한다. 때로는 그냥 소비되고 지나가는 사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사진들로 우표를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혹은 내가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전에는 우리만의 기록이 물리적으로 남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우표를 제작하다
남편에게 우표로 만들 만한 사진들을 선별해서 포토샵으로 우표 형태로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남편이 이렇게 편집을 해서 5개의 샘플을 만들어줬다.
남편도 처음 우표를 제작해보는 것이라 디자인 자체가 조금 식상하거나 일반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우표로 만들어서 직접 받아보니 꽤 마음에 든다. 이렇게 총 다섯 장의 우표가 왔다. 한 장의 사진이 좀 뭉개져서 아쉬움은 있고 종이 자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얇아서 아쉽긴 한데 일단 손에 우리 사진으로 만든 우표가 들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엄청 컸다.
뒷장은 무언가를 기록할 수 있도록 편집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구성인 것 같다. 가격은 한 장 당 대략 1,200원 정도. 싸게 하면 훨씬 싸게 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좀 퀄리티 있게 뽑아보자고 가격 있는 곳에서 인쇄를 했다.
일단 한 번 해보니 앞으로는 좀 더 저렴한 곳에서 해도 괜찮을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도 그렇고 인쇄도 그렇고 싼곳과 3배 가격이 나는데 그것만큼의 차이가 실질적으로 나타나는지는 의아하긴 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우표제작을 하면서 몇 가지 기준을 가지게 됐다.
우표 제작 팁
첫째, 종이 퀄리티에 있어 아예 높게 만들든지, 아니면 저렴하게 만들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중간하게 하면 종이는 그냥 그렇고, 비용은 비용대로 든다. 상품용으로, 좋은 퀄리티로 만들어야 한다면 우표제작을 제대로 하는 업체에서 종이를 신중하게 결정해서 제작하는 게 맞다. 우리는 비용은 비용대로 내고, 종이는 얇고 퀄리티가 그리 좋지 않아서 아쉬웠다.
둘째, 우표 편집을 잘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우표들을 보고 어떻게 사진을 배열하고 공간을 배열하는지 배우는 게 도움이 된다. 우리는 우표 구매를 해본 적이 많지 않아서 인터넷 사례들을 보고 제작을 했는데,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결과물이라 그런지 디자인이 아쉬웠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라는 소재가 명확해서 저작권 문제는 없지만, 더 좋은 디자인으로 구성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셋째, 생각보다 사용할 기회가 많기에 여러 장 제작해야 한다. 만들면 얼마나 쓰겠냐 싶어서 기념하는 목적으로 한 사진 당 하나만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편지로 우표를 사용할 기회가 많았다. 금세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는 데 사용해버렸다. 또 주다보니 내 사진으로 만든 내 우표라는 생각이 들어 더 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한 번 만들 때 여러 장 만들어서 비축해두는 것이 택배비나 기타비용을 아끼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가 전달해주는 마음
우표도, 글 쓰는 것도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법이다. 요즘 누가 종이에 필기하고, 손으로 편지를 쓰고, 우표를 발송하는가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불편하고 옛날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받아본 사람은 안다. 그 방식만큼 사람의 마음을 잘 전달해주는 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불편한데 가장 진솔한 방식이다. 별 거 아닌데 이렇게 몇 글자 써서 전해주는 게 그렇게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우표는 매우 매력적인 것 같다. 내 여행을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내 기억에 내 마음을 담아 글로 전해줄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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